ART TOUR · GALLERY
시원을 향하여
Lee Ufan, Youn Myeungro, Park Sukwon, Shim Moonseup
이우환, 윤명로, 박석원, 심문섭
Gana art
VENUE
ARTIST
DATE
JUL 07 - AUG 20, 2023
가나아트는 한국 현대미술의 독자적인 정체성 확립을 이끌어 온 4인의 작가, 이우환(Lee Ufan, b.1936-), 윤명로(Youn Myeungro, b.1936-), 박석원(Park Sukwon, b.1942-), 심문섭(Shim Moonseup, b.1943-)과 함께 《시원(始原)을 향하여》를 개최한다.
2023년 7월 7일부터 8월 20일까지 평창동 가나아트센터 전관에서 진행되는 이번 전시는 20세기 중후반 한국 현대미술사의 격동기를 주도한 작가들이 다양한 매체 및 형식 실험을 축적해 완성한 작업 세계를 선보이는 자리로, 회화와 조각, 설치 작업 등을 망라한다.
가나아트는 한국 현대미술의 독자적인 정체성 확립을 이끌어 온 4인의 작가, 이우환(Lee Ufan, b.1936-), 윤명로(Youn Myeungro, b.1936-), 박석원(Park Sukwon, b.1942-), 심문섭(Shim Moonseup, b.1943-)과 함께 《시원(始原)을 향하여》를 개최한다. 2023년 7월 7일부터 8월 20일까지 평창동 가나아트센터 전관에서 진행되는 이번 전시는 20세기 중후반 한국 현대미술사의 격동기를 주도한 작가들이 다양한 매체 및 형식 실험을 축적해 완성한 작업 세계를 선보이는 자리로, 회화와 조각, 설치 작업 등을 망라한다.
윤명로, 익명의 땅 93415, 1993, Oil on canvas, 227.5 x 182.5 cm
참여 작가 4인은 표현 재료인 자연물의 고유한 물성과 원초적인 상태를 그대로 드러내는 작업으로 자연회귀적 태도를 보이거나, 자연을 매개로 인간 실존에 대한 고민이 담긴 작업을 전개하는 등 저마다의 방식으로 만물의 근원, 즉 시원을 탐구해왔다는 점에서 맥을 같이 한다. 가나아트는 본 전시를 통해 시원을 향한 이들의 작업 정신이 동시대 미술 현장에 이르기까지 어떠한 변천을 거듭했는지 살피며, 그 의미를 고찰할 계기를 마련하고자 한다.
23.07.07 – 08.20, 이우환, 윤명로, 박석원, 심문섭 그룹전, 시원을 향하여, 가나아트 센터 전시 전경, (이미지 제공: 가나아트)
“조각의 목표와 과제는 분절과 결합으로 요약된 자연이다.”
– 박석원 –
《시원을 향하여》는 박석원의 작업을 시작으로 그 문을 연다. 박석원은 대한민국 미술전람회에서 1968년과 1969년에 연달아 국회의장상을 받고, 다수의 국제전과 비엔날레에 참가하며 한국을 대표하는 조각가로 자리매김한 인물이다. 또한 그는 심문섭과 함께 1970년대 ‘AG’(한국아방가르드 협회)에서 활동하며 한국의 전위미술 운동을 이끈 작가 중 한 명이기도 하다. 이번 전시는 그의 대표 연작, <적(積)>과 <적의(積意)>를 중점적으로 선보인다.
박석원이 1970년대 후반부터 시작한 <적>은 돌, 철, 나무와 같은 자연 재료를 잘라 기하학적으로 쌓아 올린 구조를 가졌다. “돌은 돌 자체로 봐야한다”는 그의 말처럼 인위적인 가공을 멀리하고 자연 재료의 물성을 살린 박석원의 작업은 특정한 이미지를 연상시키지 않아 ‘원초적 자연과의 만남’이라고 해석되기도 한다.
23.07.07 – 08.20, 이우환, 윤명로, 박석원, 심문섭 그룹전, 시원을 향하여, 가나아트 센터 전시 전경, (이미지 제공: 가나아트)
1990년대부터 <적>은 인간 의식(意)을 내포한 <적의> 시리즈로 확장된다. <적의>에서 박석원은 탈표현적인 태도를 유지하면서도, 석고나 스테인리스강과 같이 작가의 의도대로 가공된 재료를 자연물과 결합해 문명과 그 시원인 자연의 만남을 시도한다. 이에 대해 작가는 정신세계의 본질을 탐색하는 과정이라 표현한다.
그의 작업의 핵심인 ‘절단’과 ‘결합’의 반복은 자연물의 구조를 들여다봄으로써 그 본성을 온전히 이해하려는 행위이면서, 인간 중심의 개입을 절제하고 자연의 생성 원리에 순응하는 일종의 수행이기도 하다. 이는 한지를 잘라 캔버스에 쌓듯이 붙이는 평면 작업에서 반복된다.
23.07.07 – 08.20, 이우환, 윤명로, 박석원, 심문섭 그룹전, 시원을 향하여, 가나아트 센터 전시 전경, (이미지 제공: 가나아트)
“자연은 너무 강하기 때문에 그것을 수정하지 않고 표현해서는 안될 것이다.
그 사이에 끼어들어야 한다.
그러나 아주 약간만이 필요하다. 이것이 바로 조각가의 역할이다.”
– 심문섭 –
이어지는 제 2전시장은 한국 현대 조각의 선두로 꼽히는 심문섭의 공간으로, <관계>, <메타포>, <목신>, <제시-섬으로> 등 그의 작업 세계 전반의 흐름을 엿볼 수 있는 대표작들로 구성된다.
1970년대 초부터 심문섭은 기성 조각 개념에 반발하는 ‘반(反)조각’을 주창하며 국제적인 조명을 받았다. 그는 특정 대상을 창조하거나 재현하는 조각 대신, 나무, 흙, 철 따위의 자연물을 날 것으로 제시하거나, 작품을 좌대 없이 벽에 기대고 바닥에 눕히는 등의 실험으로 소재와 주변 환경 간의 상호 작용을 추구해왔다. 조각의 행위를 자연과의 교감이라 표현한 심문섭은 재료의 표면에 최소한의 흔적만을 가하며 자연의 근원에 가까운 조각을 지향한다.
23.07.07 – 08.20, 이우환, 윤명로, 박석원, 심문섭 그룹전, 시원을 향하여, 가나아트 센터 전시 전경, (이미지 제공: 가나아트)
대상의 본래 성질에 주목하는 태도는 그가 2000년대부터 매진하고 있는 회화 장르에서도 이어진다. 유성물감을 밑칠한 캔버스 위에 수성물감으로 붓질을 반복하는 그의 독특한 작업 방식은 서로 반발을 일으키는 두 안료의 고유한 물성이 고스란히 나타나는 화면을 완성한다. 이는 그의 작업을 대표하는 이미지로서, 파도를 일으키는 원천의 힘을 느끼게 한다. <제시(The Presentation)>라는 대표작의 제목처럼 심문섭의 작업의 목표와 방향은 대상의 원형, 시원을 그대로 드러내 보이는 데 있으며, 그 실현 방식은 매체 실험을 통해 계속해서 변화하고 있다.
23.07.07 – 08.20, 이우환, 윤명로, 박석원, 심문섭 그룹전, 시원을 향하여, 가나아트 센터 전시 전경, (이미지 제공: 가나아트)
끝으로 제 3전시장에는 이우환과 윤명로의 작업이 함께 전시된다. 가로 5m가 넘는 거대한 크기로 전시장의 중심축 역할을 하는 이우환의 <관계항(Relatum)>은 그가 주도한 일본의 전위미술운동, ‘모노하(もの派)’의 시작과 함께 지금까지 꾸준히 이어져 온 대표작이다. 1968년부터 이우환은 철, 유리, 돌과 같은 물질을 그 자체의 속성이 그대로 드러나도록 배치하거나 결합하는 방식으로 물질, 그리고 물질 간의 관계에 주목하게 하는 작업을 해왔다.
이우환은 인간의 지배를 받지 않은 자연을 드러내고자 하는 동양적 자연관과 미의식에 근거하여, 작가의 의지대로 작품을 창조하는 것을 거부하고 감상자들이 외부의 타자, 즉 관계를 맺는 주체로 설정된 돌이나 철판 등의 관계항을 만나게 하는 상황설정에 목표를 둔다. 이로써 관람객은 인간이 만들어낸 이미지가 아닌, 있는 그대로의 물질 세계에 대해 자각하게 된다. <관계항>에서 산업생산품인 철판과 그것의 시원인 자연물, 돌 사이에 흐르는 긴장은 사물 간의 관계나 어떠한 현상의 인과적 흐름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 이를 통해 작가는 세계의 구성 원리와 존재의 시원을 탐구하는 장을 마련한다.
23.07.07 – 08.20, 이우환, 윤명로, 박석원, 심문섭 그룹전, 시원을 향하여, 가나아트 센터 전시 전경, (이미지 제공: 가나아트)
“그림은 예나 지금이나 내 정신의 흔적이다. 실재하거나 눈에 보이는 것은 아니지만 나는 그것이
삶과 자연의 본질에 맞닿아 있다고 생각한다.”
– 윤명로 –
윤명로는 1960년 기성 미술의 권위에 도전하는 ‘60년 미술가협회’를 결성한 이래, 한국적 감수성이 담긴 독창적인 추상회화를 위해 도전과 혁신을 거듭해온 작가다. 그의 작업은 10년을 주기로 변화했으며, 아크릴 안료와 먹, 캔버스와 무명 등 서양과 동양미술의 재료를 혼용하거나, 쇳가루를 사용하는 등 매체 실험을 이어왔다는 것이 작품 전반에 걸친 특징이다. 이번 전시는 그의 연작 중 <균열>, <익명의 땅>, <겸재예찬>을 소개한다.
23.07.07 – 08.20, 이우환, 윤명로, 박석원, 심문섭 그룹전, 시원을 향하여, 가나아트 센터 전시 전경, (이미지 제공: 가나아트)
1970년대까지 윤명로는 여러 이데올로기가 충돌하며 혼란스러웠던 한국의 시대상황을 은유하는 작업을 이어왔다면, 1980년대에 들어서는 <얼레짓>을 시작으로 자연을 연상시키는 작업에 돌입했다. 특히 1990년부터 시작된 <익명의 땅> 연작은 자연의 구체적 형상이 담기지 않았음에도, 태초의 대지가 꿈틀거리며 뿜어내는 원시 자연의 생명력과 신비감을 뿜어낸다. 작가는 ‘익명의 땅’이라는 작품 제목에 대해 자아가 통제 받지 않는 자유로운 익명성을 표현한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자연과 더불어 존재의 원형으로의 환원을 추구한 것인데, 이러한 태도는 <겸재예찬>에서 더욱 완숙해진다.
윤명로가 1990년대부터 선보인 <겸재예찬>은 겸재 정선의 혁신을 현대적으로 계승하려는 작업이다. 이 작품에는 <익명의 땅>에서 나타난 격정적 에너지나 운동감보다는 고요하고 여유로운 자연의 정취가 담겨 있다. 조선 백자에서 사용하던 산화철을 사용해 무작위로 그은 흑갈색의 필선들은 시간이 흐르면서 환경의 변화에 따라 그 색이 미묘하게 달라지는데, 이러한 표현 방식을 통해 작가는 자연의 본질에 다다르고자 했으며, 의도적 표현 대신 무위(無爲)의 경지를 지향했다.
23.07.07 – 08.20, 이우환, 윤명로, 박석원, 심문섭 그룹전, 시원을 향하여, 가나아트 센터 전시 전경, (이미지 제공: 가나아트)
시원을 향하는 4인의 여정을 관찰하는 이번 전시는 그들의 작품, 나아가 그들이 믿는 삶의 법칙이 자연의 근본 원리에 근거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자연의 본질에 가까이 다가가고자 하는 이들의 노력은 서로 구별되면서도, 모두 작가가 중심이 되는 작업에서 벗어나 점차 자연을 관조하는 태도로 나아간다는 점에서 공유하는 바가 분명하다. 가나아트는 이번 전시가 각 작가의 대표작을 실견할 기회일 뿐 아니라 1970년대 작품에서 근작으로 이어지는 당대 한국 현대미술의 흐름을 엿볼 수 있는 자리가 될 것이라 기대한다.
©Gana art 제공